상가를 임대하거나 임차할 때, 우리는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에만 집중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계약 기간이 끝난 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상가를 사용하거나, 반대로 임대인이 아무 말 없이 사용을 묵인하는 경우가 생기는데요. 바로 이럴 때 적용되는 개념이 ‘묵시적 갱신’입니다.
이 용어는 처음 듣는 분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실제로는 상가 임대차 계약에서 매우 자주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특히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는 이러한 묵시적 갱신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그에 따른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의무도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묵시적 갱신의 의미와 성립 요건, 갱신 시 효력, 관련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팁까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1. 묵시적 갱신의 개념과 발생 조건
묵시적 갱신이란 계약 만료 시점이 지나도 임차인이 계속해서 상가를 사용하고 있고, 이에 대해 임대인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상태가 일정 기간 지속되었을 때, 법이 자동으로 기존 계약을 연장해주는 제도입니다.
이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에 명시되어 있으며,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의 기간 동안 임대인이 계약 종료 또는 조건 변경 의사를 서면으로 명확히 전달하지 않으면 성립됩니다.
이때 임차인이 상가를 계속 점유하고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상태라면, 법적으로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기존의 조건과 동일하게 임대차가 연장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러한 묵시적 갱신은 ‘계약을 새로 쓰지 않아도 법적으로 계약이 살아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강력한 법적 효력을 지니며, 일방 당사자의 의사 표명 없이도 성립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2. 묵시적 갱신의 법적 효력과 임대차 기간
묵시적 갱신이 이루어진 경우,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기존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1년간 임대차 계약이 연장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때 ‘1년’이라는 기간은 법에서 정한 기준이며, 계약서에 명시된 원래의 계약 기간과는 상관없이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처음 계약이 2년이었다 하더라도, 묵시적으로 갱신되면 그 계약은 1년짜리 새 계약으로 간주되는 셈입니다.
이 1년 동안 임차인은 보호를 받으며, 임대인은 특별한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을 퇴거시킬 수 없습니다.
또한 묵시적 갱신이 되었더라도 임차인은 계약 해지를 원할 경우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해지 통보를 할 수 있으며, 그 통보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계약이 종료되는 구조입니다.
이는 임차인의 권리를 보다 유연하게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상가를 운영하다 갑작스레 사정이 생겼을 때도 일정 기간을 두고 정리할 수 있게 해줍니다.
반면 임대인은 이 1년간 임차인을 함부로 내보낼 수 없기 때문에 계약 기간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3.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
묵시적 갱신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임대인과 임차인은 각각의 법적 책임을 동일하게 지게 됩니다.
임차인은 매월 정해진 임대료를 지급하고, 상가를 적법하게 사용하며, 원상복구 의무를 지는 등 일반적인 계약 조건을 그대로 따라야 합니다.
반면 임대인은 계약 기간 동안 임차인의 점유를 방해하거나, 부당한 방식으로 계약을 종료시키는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묵시적 갱신된 계약 하에서는 임차인이 자의적으로 해지를 통보할 수 있지만, 임대인은 임차인의 동의 없이 해지하거나 계약 조건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묵시적 갱신은 겉으로 보기엔 ‘계속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새로운 1년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책임과 권리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임대인은 묵시적 갱신을 방지하고 싶다면, 반드시 계약 만료 최소 1개월 전에는 서면으로 갱신 거절 의사를 통지해야 하며, 내용증명 방식으로 증거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4. 묵시적 갱신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
실무에서는 묵시적 갱신으로 인한 오해와 분쟁이 종종 발생합니다.
대표적으로, 임대인은 임차인이 자동으로 나갈 줄 알았는데 계속 영업을 해서 법적 갱신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임차인은 계약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임대인이 계속 임대료를 받아서 다시 계약이 연장된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도 있습니다.
이런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는 양측 모두 계약 종료 시점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소통이 필요합니다.
특히 임대인은 갱신을 원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 사이에 임차인에게 공식적인 통지를 해야 하며, 이 통지를 서면으로 남겨두는 것이 분쟁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임차인의 경우에도 계약 종료일이 가까워진다면 스스로 연장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 시에는 협의 요청이나 해지 통지를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또한 계약서에 묵시적 갱신에 대한 조항을 명시적으로 넣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본 계약은 임대차 기간 만료 시 별도 합의 없이는 자동 갱신되지 않는다’는 식의 특약을 삽입함으로써 법률적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 계약은 단순한 서류 한 장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권리와 책임이 얽힌 민감한 법률 행위입니다.
특히 묵시적 갱신처럼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계약 연장은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실제 법적 효력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임대인이라면 계약 만료 시점과 통지 시기를 꼼꼼히 관리해야 하며, 임차인이라면 자신이 점유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권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불필요한 오해 없이, 모두가 합리적인 기준 위에서 상생할 수 있는 임대차 관계가 되기를 바랍니다.